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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열스토리

5호 주제를 고르기 전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는 잘 없는데 낮잠을 잠깐 잤기 때문일까. 낮잠이라고 해도 산만하게 꿈을 마구잡이로 꾸는 질이 아주 낮은 잠이여서 오히려 깨고 나서 후회가 드는 잠이었다. 


내일은 무얼할까. 이런 설레는 마음을 일찍 가졌다면 나는 더 빨리 잠자리에 들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가정법 예문에 나올 뻔한 문장.


미열 5호는 어떤 주제면 좋을까. 그 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그 생각에 잠기고 나서부터는 계속해서 과거로 과거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애초에 주제를 정한다는 건 이런 의미였다. 평소에는 사이다 먹을까 콜라 먹을까 하며 선택적 장애를 격으며 살아가는 우리지만, 어떻게 살아야하지 하고 생각의 여백을 늘 갖고 사니까. 4호처럼, 나는 어떤 계절이고 너는 어떤 시절일까 하는 어이없는 주제에도 우리는 생각할 필요가 있으니까. 나는 이런 생각들이 우리 삶의 여백을 만들고 생각의 여백을 조금 더 튼실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이다를 먹어도 행복하지.


어떤 날은 얼른 미열을 만들고 싶다. 컴퓨터에 앉아 당장 내가 구성한 대로 펼쳐 보이고 싶다. 한편으로는 예열하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고. 


여튼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5호에 투고할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일까 하며 스스로 골라보는 시간이 나는 그 시간이 참 좋고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미리 써서 보내줘도 된다. 사실 미열은 늘 그래왔다. 각 호마다 주제는 달랐지만 모두 비슷한 온도로, 말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정말 저 가정법 대로 잠이 들어야겠다.

불끄고 내일 정말 뭐하지 하며 생각의 물음표가 시작되는 순간 나는 곤히 잠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