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누더기를 걸쳤던 그 순간보다
더 현명했던 때는 없었다
정들면 지옥
편안해서 노래가 나오는 지옥
한 생애를 당신으로 살아가는
흔적이 내 안에 쌓여갔다
나는 두 곁이 되어 서 있었다
그림자가 한없이 늘어진
석양 무렵에
내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을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모래주머니를 짊어지고 있었어도
잘 걷게 되는 순간은 있었다
그때는 생을 건너뛰는 중이었다
돌아보면
창고에서부터 곳간까지
성소 아닌 곳이 없었다
「불귀·4」,『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김소연
*오랜만에 들썩거리는 제 마음 쉬쉬하고 싶어서 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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