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자(온수)의 방

불귀·4-김소연






돌아보면

누더기를 걸쳤던 그 순간보다

더 현명했던 때는 없었다


정들면 지옥

편안해서 노래가 나오는 지옥


한 생애를 당신으로 살아가는

흔적이 내 안에 쌓여갔다

나는 두 곁이 되어 서 있었다


그림자가 한없이 늘어진

석양 무렵에

내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을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모래주머니를 짊어지고 있었어도

잘 걷게 되는 순간은 있었다

그때는 생을 건너뛰는 중이었다


돌아보면

창고에서부터 곳간까지

성소 아닌 곳이 없었다



「불귀·4」,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김소연 



*오랜만에 들썩거리는 제 마음 쉬쉬하고 싶어서 시시합니다. 




'편집자(온수)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파 음파  (0) 2013.07.22
그토록 기다려온 여름인데.  (0) 2013.07.12
우리 집에 대한 기록-안녕 우리 집.  (0) 2013.06.30
문득  (0) 2013.06.12
나의 동정  (0) 201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