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자(온수)의 방

불귀·4-김소연 돌아보면누더기를 걸쳤던 그 순간보다더 현명했던 때는 없었다 정들면 지옥편안해서 노래가 나오는 지옥 한 생애를 당신으로 살아가는흔적이 내 안에 쌓여갔다나는 두 곁이 되어 서 있었다 그림자가 한없이 늘어진석양 무렵에내가 나에게 물었다당신을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모래주머니를 짊어지고 있었어도잘 걷게 되는 순간은 있었다그때는 생을 건너뛰는 중이었다 돌아보면창고에서부터 곳간까지성소 아닌 곳이 없었다 「불귀·4」,『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김소연 *오랜만에 들썩거리는 제 마음 쉬쉬하고 싶어서 시시합니다. 더보기
음파 음파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시원한 물속에 들어가서음파 음파 하고 싶네요모두들 더위 이기며잘자요 더보기
그토록 기다려온 여름인데. 오랜만에 내 고향, 미열 블로그에 글을 쓴다.사실 나는 매일매일 이곳에 손님처럼 드나든다.오늘같이 이런 날은 글 쓰기 좋다.나는 차가운 물로 우와하고 씻었고 선풍기는 뱅뱅 돌아가고밖은 조용하고, 안도 조용하다 미열과 상관없이 여기는 내 공간이니여기만은 내 자유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모든 나의 개인 매체가 노출되고 팔렸으니까. 하루키의 신작 제목이 '색채가 없는'으로 시작한다.나야말로 색채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끊임없이 보편적이고 싶었던 내가여전히 그 마음은 변함없지만결국은 보편적이기만 할까 하는 일말의 걱정. 그토록 기다린 여름인데.뭐 이래 하고 허공에 발길질 해본다. 더보기
우리 집에 대한 기록-안녕 우리 집.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집에 있는 것이 좋다.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밖에서 의미없이 소비하는 일도 싫고, 커피 마시면서 시간 보내는 것도 싫다.맛 없는 음식 먹는 것도 싫고 한 번 보면 잊혀지는 헐리우드 영화도 지겹다. 사람을 만나는 건 좋지만 사람을 만나면서 해야 하는 재미없는 일에마음이 조금 시무룩해진 거 같다. 어쩌면 이 한가로운 주말 오후 집 풍경에 중독되었는지도. 몇 달 전이었다. 집에 있다가 사진이 문득 너무 찍고 싶어서필름 카메라 들고 집 안 여기저기를 찍었다.뭐랄까. 우연히 들에 핀 꽃에서 우주보듯이. 조금 과장이지만, 우리 집 사진 한 장 없다니 하는 생각이 들면서나중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혹시 결혼을 해서 내가 떠나게 된다면 이곳이 그리우면, 어쩌지.내 .. 더보기
문득 문득 그 사람이 보고 싶어졌다. 만날 자신은 없으니우연히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나의 동정 오늘 사무실에 손님이 왔는데 그 분이 다리 한쪽을 절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는 것이 특별히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닌데 집으로 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걸을 때마다 구부려지는 그의 다리를 나도 모르게 동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 안되는데 함부로 동정하는 거 나쁜 건데... 접어지지 않는 내 마음 달래느라 오늘 유난히도 집에 오는 길이 험난했다. 이런 식으로 동정하는 거 아주 나쁜 건데. 나는 왜 그랬을까. * * * 더보기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는 옆집 아줌마 아저씨는 밤마다 마당에 나와 담배를 피신다.그 담배 냄새는 내 방까지 들어온다.나는 밤마다 음악을 튼다그 음악 소리는 아마 마당까지 들릴 것이다. 이건 공평한거다. 오늘은 오늘로 지쳤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바람이 너무 좋다며집에 가는 길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이제 운동장에서 조금 뛰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내 취향을 이야기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사실 나는 자랑할 만한 취향도 없다.음악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나에게 다가온다면나는 도망칠 것이다.나는 정말 할 말이 없다. 다만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들을 수 있다.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나는 음악을 듣는다. 지금 음악을 듣는다. 짙은. 백야 난 울지 않을래.피하지 않을래.어.. 더보기
캄보디아의 첫 인상 여행사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혼자 갔지만 이렇게 보니 풍경만 찍은건 아니구나.캄보디아 처음 갔을 때 내가 마주한 첫 인상.1.아이들이 학교 마치고 너무 더워서 강물에 풍덩풍덩 빠지는 광경.2. 그날은 이제 막 일어서려는 그 아이의 생일3. 드디어 미루던 앙코르와트 가는 길 왜 몇천 년 동안 발견되지 못했는지 이해했다. 아주 깊숙히 그러나 찬란하게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4. 수줍게 웃는 스님. 가난해서 스님이 되는 경우가 많다.5. 내가 사랑한 바욘의 미소. 사실 나는 숨이 멎었다. 고르다 보니 이게 가장 정겹네.6. 산 정상에 있는 사원, 프놈바켓. 거기서 앙코르와트와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모두 석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 같은 인간에게는 일출보다 좋았다. 지금 듣는 노래는 Glenn Co.. 더보기
이 세상의 애인은 모두가 옛 애인이지요 * 하루 이천 명이 방문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백수다 씨를 엊그제 만났다.무한도전 다시보기를 올렸더니 3천 명이 넘었다고 했다.하루에 제일 많이 들어오면 조회수가 삼십인 나로써는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보여주니까 그제서야 감탄과 탄성을 질렀다. 백수다 씨는 나를 기다리면서 편의점에서 파는 와플을 주문했는데 마침 내가 왔다.내가 괜찮다고 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와플 반을 갈라줬다. 내가 좋아하는 궁합이었다딸기쨈과 생크림 마음속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나는 티내지 않았다.나름 차가운 이미지니까...ㅋㅋ 그날 둘다 감기기운으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았고 우리는 너무 늦게 만나서 사실 오래 놀지도 못했다. 그래도 백수다 씨의 소설이야기는 재밌었다.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만.나머지는 제발 어디가서 말하지마요... 더보기
하이쿠 시 미안하네, 나방이여난 너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그냥 불을 끄는 수밖에 , 이싸 오랜만에 읽으니 하이쿠 재밌다.요즘 내가 페이스북에 하루에 한 문장씩 올리는 데일리 청춘의 문장 프로젝트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고 감히 착각해본다.물론 하이쿠 원문을 보면 우리나라 시조처럼 그 음이 기가막히게 떨어진다는데나는 일본어는 까막눈이라 알 수 없으니 소문으로만 감탄할 수밖에. 그래도 이 책에 가장 묘미는 바쇼가 지은 이 시겠지. 홍시여, 젊었을 때는 너도 무척 떫었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