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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온수)의 방

이 고요한 밤과 아무런 연관성 없는 혹은 있는.


가족들과 술을 먹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결혼한 언니는 자꾸 늦었다고 자신의 집에서 자라고 했지만

나는 방이 좋다며 한치의 망설임 없이 집에 왔다. 

나에게 이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이 고요한 내 방과 밤에서 또 내가 미열 2호에서 말했듯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 고요의 소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이 소리를 방해하는 소리다

결코 이 밤의 고요가 평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나 

낮동안 시달린 불안한 마음이 잠시 평온해지는 순간이니까.


미열을 만들 때는 정신이 없다. 오로지 이걸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

그러나 발간을 하고 나면 뭐랄까.

어떤 새로운 우울이 찾아온다. 

참 이상한 일이다. 마냥 기쁘다가도 마냥 우울한.

바다를 보러 가려면 조금씩 진흙 속에 내 발이 빠트려야 하는 것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으나

요즘 거의 매일 먹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오늘처럼 그리고 요즘처럼 매일 이렇게 어설프게 먹는 술은 자꾸 나를 흐르게 한다.

이럴 때 글 쓰면 참 좋으려면, 다행일까 어떤 방향도 울림도 없이 그냥 흐를뿐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어딘가에 도착하겠지만

그 동안은 이 고요를 차분히 걸어나갈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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