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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온수)의 방

엎지락 뒷치락 중이다.




엎지락 뒷치락 중이다.

누군가의 죽음, 이별, 사고 완전히 나의 것은 아니지만 그 차가운 기운이 호주머니로 손을 자꾸 꾸역꾸역 넣게한다. 다시 누군가의 결혼, 방문, 탄생. 다시 그 기운이 움츠렸던 어깨를 펴게한다. 이렇게 슬픈 일과 기쁜 일이 엎지락 뒷치락하며 하루 하루가 엮어진다.


그러다가 이틀 전 지갑을 또 잃었버렸다. 이런 자신이 지겹다. 지겹다고 생각하는 일도 지리멸렬하다.지갑을 잃어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렵게 찾은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아 그렇게 소중한 물건은 저희가 바로 연락드렸죠. 누가 가지고 갔어요' 라는 위로와 확답을 듣는 일. 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감사합니다' 뿐.


다시 주민등록증을 만드려면 신분증이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여권은 없고 구멍 송송난 옛 여권만 잘 보관되어 있다. 다시 여권을 찾으려면 한바탕 물건을 뒤져야 할 텐데, 그러는 동안 터져나오는 추억들은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일상에 감정에 요동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다시금 감당하지 못할 감정이 나를 심연으로 떨어트리지 않게 조심 조심.


불을 끄고 잠드려고 할 때 불현듯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도 떠오르기를, 그럼 나는 다시 동사무소에서 4번째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은행에서 카드를 만들고 다시 지갑을 사고 또 천천히 잊겠지. 그리고 다시 한 칸 한 칸 채워가겠지. 그래 정말 그러면 된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내일은 화요일, 벌써 수요일을 준비하는 마음. 그래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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