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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온수)의 방

미열 가을호 필자들에게


내가 신문사에서 일할 때다. 또 다시 팔시 시작하는 내 과거.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자사 신문을 읽는 일이고

다음 일은 다른 신문사의 기사를 읽는 일이다.

아직도 그 시간을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에 하나로 기억한다

한참 신문을 읽다보면 손은 신문 잉크로 검게 변하고

신문 특유의 잉크와 종이 냄새를 맡다보면 어느새 현기증이 난다.


지금도 신문을 읽으려고 하면 그 냄새에 벌써부터 겁이 난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신문기자를 하지 못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현기증을 견디지 못해서.


글을 쓸때도 마찬가지다. 쓰기 위해 자신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하면 어디서 왔는지 현기증이 난다. 미열을 만드는 동안 나는 자주 현기증에 시달린다. 정말 미열이 나고 있다는 증거로.


내가 신문사에 다닐 때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기계적으로 보도자료를 쓰고 기사를 쓰던 그때 글쓰는 일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나에게 아주 힘을 준 글이 있다.


나는 자주 글을 쓰기 전 필자들의 걱정을 듣는다.

'지금 구성 중이다', '잘 써지지 않는다','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등  


미열 가을호에 글을 준비하는 필자들에게 내가 평소에 아끼는 수잔손택의 글을 전해주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뭔가를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자신에게 허락해 주는 것이다. 스스로를 너무 호되게 비난하지 않고 대신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것. 다시 읽으려고 너무 자주 멈추지 않는 것. 잘 되고 있다고 혹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감히 생각할 때 자신에게 계속 노 저어 가라고 말하는 것. 영감이 올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적 자유를 찾는 것이다. 


수잔손택 <읽기와 쓰기> 일부


언젠가 나는 신문사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미열에서 할까한다.

이번 가을이 될 수도 있겠다. 주제가 나의 반항, 나의 자유니까.

나 역시 편집자로 미열을 만들지만 필자로서 글을 투고한다.

편집자로 글을 투고 해야한다면 나는 벌써 지쳤을 것이다.

그 부담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매번 나도 필자가 되어 나에게 다독이는 말이다.



기억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자.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글을 쓰자.

부끄러운 과거라면 쓰면서 용기를 얻자.


무엇보다 일단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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