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글을 쓴다. 아닌 날도 있지만 몇일 동안은.
개인적인 글을 공적으로,
그러다보니 중독처럼 계속 쓰고 싶어진다.
그래도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그런 문장들은 삼키고 삼키는게 옳지만
요즘 소화가 잘 안된다.
그 중 몇가지.
그냥 지나간 사랑 이야기.
1.
내가 그를 좋아한 건
그가 소주를 박하사탕 영화처럼 마셨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좋아한 건
아무 이유없이 나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좋아한 건
택시 타고 내가 있는 곳으로와 나에게 택시비를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좋아한 건
돈이 없으면 친구에게 빌려와서는 돈 빌려왔으니 다 쓰자며,
그래야 네가 나를 기억한다며.
이 모든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내가 그를 좋아했다.
또 그가 나를 좋아했듯이.
2.
오늘 혼자 집으로 오는 길 밀면을 먹었다.
여름날 밀면집에서 혼자 먹는 일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가
혼자 앉는 석은 따로 지정해주는
점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그토록 먹고 싶었던 밀면을 먹었다.
옆테이블에서는 올림픽
앞테이블에서는 연예인
누군가 만두를 시켜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앞에서 만두를 시키는
나는 만두만 먹으면 소화가 안되니까
좀처럼 만두를 먹지 않는데
그래도 누군가 옆에서 먹으면 왠일로 먹는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추억들이 엉킨다.
쓰자고 달려든다면
내밀한 내 사랑의 감정을
쓸 수 있을까.
옆집 꼬마 노래가 내 방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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