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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온수)의 방

나의 화두. 집에 오자마자 털썩. 대학때도 안 메던 배낭같은 가방을 메고 요즘 참 부지런하다. 미열 제작하는 열정으로 하루를 보내니, 참 알차네. 어제 방명록에 겨울호 필자분이 글을 남기셨다. 글을 투고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또 다른 분은 미열을 읽으면 은근 글을 투고하고 싶게 만든다고. 어쩌면 나에게 온 글은 몇 편 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글쓰기가 무엇일까. 그리고 나에게는 사실 말할 필요도 정리할 필요도 없지만. 이 화두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더보기
시간은 불공평하다 시간은 공평했다. 간밤에 4시에 잤는데 일어나니 3시였다. 성탄절로 성탄성탄 했지만 나에게는 빨간 날에 불구했다. 어제 서면에 한 카페에 미열을 위탁 판매를 부탁하고 왔는데 사장님이 미안해하며 팔아보겠다고 하는데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팔리는 잡지가 아니라 팔아야 하는 잡지라니. 왠지 한 철 지나고 세일을 해도 나가지 않는 할인매장 옷 같다. 점점 추워진다. 날씨도. 오늘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 기업을 소개하는 글에서 나무 키우는 앱을 발견했다. 무료앱을 다운받아 기업로고가 적힌 비료와 화분 등으로 가상으로 나무를 심으면 기업은 광고료로 직접 나무를 키울 수 있는 비용을 제공해준단다. 몽골에서 나무심기 첫걸음인가. 미열 만들면서 나무 많이 썼으니까 안 팔리는 옷 그만 만들고 나무나 심으러 가야하나... 더보기
<황야의 이리> 중 당신의 투쟁이 아무런 성과가 없으리란 걸 당신이 알고 있다고 해도당신의 삶은 천박하고 무미건조해지지 않아요. 헤르만 헤세의 중 더보기
엎지락 뒷치락 중이다. 엎지락 뒷치락 중이다.누군가의 죽음, 이별, 사고 완전히 나의 것은 아니지만 그 차가운 기운이 호주머니로 손을 자꾸 꾸역꾸역 넣게한다. 다시 누군가의 결혼, 방문, 탄생. 다시 그 기운이 움츠렸던 어깨를 펴게한다. 이렇게 슬픈 일과 기쁜 일이 엎지락 뒷치락하며 하루 하루가 엮어진다. 그러다가 이틀 전 지갑을 또 잃었버렸다. 이런 자신이 지겹다. 지겹다고 생각하는 일도 지리멸렬하다.지갑을 잃어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렵게 찾은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아 그렇게 소중한 물건은 저희가 바로 연락드렸죠. 누가 가지고 갔어요' 라는 위로와 확답을 듣는 일. 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감사합니다' 뿐. 다시 주민등록증을 만드려면 신분증이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여권은 없고 구멍 송송난 옛 여권만 잘 .. 더보기
어느 날 * * * * * 오늘 첫 구독메일이 왔다. 포장하러 가는 길에 미열 홈페이지에 잠깐 들렀다.기다리고 기다리던 생리를 드디어 한 기분이다. 네임펜을 사야겠다. 주소가 연하게 적힌다. 무사히 도착하길. 더보기
이 고요한 밤과 아무런 연관성 없는 혹은 있는. 가족들과 술을 먹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결혼한 언니는 자꾸 늦었다고 자신의 집에서 자라고 했지만나는 방이 좋다며 한치의 망설임 없이 집에 왔다. 나에게 이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이 고요한 내 방과 밤에서 또 내가 미열 2호에서 말했듯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 고요의 소리고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이 소리를 방해하는 소리다결코 이 밤의 고요가 평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나 낮동안 시달린 불안한 마음이 잠시 평온해지는 순간이니까. 미열을 만들 때는 정신이 없다. 오로지 이걸 끝내야 한다는 생각뿐. 그러나 발간을 하고 나면 뭐랄까.어떤 새로운 우울이 찾아온다. 참 이상한 일이다. 마냥 기쁘다가도 마냥 우울한.바다를 보러 가려면 조금씩 진흙 속에 내 발이 빠트려야 하는 것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걸 좋아하지 .. 더보기
돌아온 편집자 일기 한동안 다리가 저렸다. 통증이 너무 심해 걷는것조차 힘이 들어 앉아 있는게 힘이 들 정도였다.이유는 알 수 없었고 며칠 내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다짐만 하고 있었다.그런던중 내 말을 들은 친구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아이처럼 아주 자신감이 찬 목소리로 "그거! 내 동생도 그런적 있는데 밤에 잘 때 너무 힘주고 자서 그래, 스트레스 받거나 그러면 " 헐. 생각해보니 며칠 미열 만든다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긴 했지만정말 그런 이유였단 말인가. 그말을 듣고 그날 저녁부터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며 잠을 잤다.태어나 처음으로 몸에 힘을 빼는 일이 이토록 힘든지 알았다.힘을 빼기 위해 몸에 여기 저기를 두드렸다.두드리기 위해서는 다시 힘이 들어가야했지만.그리고 정말 며칠 뒤 씻은 듯이 병이 나았다. 얏호 새삼 이.. 더보기
가을호여 얼른 나와라. 이번 가을호는 왜 이렇게 힘든지.고비인가. 휴 더보기
미열 가을호를 구성하면서. 미열 가을호를 구상하면서. 말도 안돼, 원고는 벌써 받아두고 이제 구상하냐구? 라고 물을 수 있지만사실은 원고를 봐야 구상이 되는 부분도 있다.조금씩 수정하는 사이 나는 내지 디자인을 하면 된다.(걱정마세요. 사실 구상 다했답니다. 문제는 기술력.휴) 독립출만물은 쏟아져 나오고 그 틈 사이에 미열도 있다.매번 새 호를 내는 다른 독립잡지들을 보면서 내용과 디자인에 감탄한다. 처음 미열을 만들기 전에는 다른 잡지책을 보고 디자인 공부도 많이 했는데고작 2호 밖에 내지 않았는데 게을러지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저번호에 생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다른 실험도 도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다소 안정적으로 편집을 할 수도 있고. 이건 고백하건데 첫 호.. 더보기
미열 가을호 필자들에게 내가 신문사에서 일할 때다. 또 다시 팔시 시작하는 내 과거.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자사 신문을 읽는 일이고다음 일은 다른 신문사의 기사를 읽는 일이다.아직도 그 시간을 가장 고통스러운 일 중에 하나로 기억한다. 한참 신문을 읽다보면 손은 신문 잉크로 검게 변하고신문 특유의 잉크와 종이 냄새를 맡다보면 어느새 현기증이 난다. 지금도 신문을 읽으려고 하면 그 냄새에 벌써부터 겁이 난다.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신문기자를 하지 못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현기증을 견디지 못해서. 글을 쓸때도 마찬가지다. 쓰기 위해 자신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기 시작하면 어디서 왔는지 현기증이 난다. 미열을 만드는 동안 나는 자주 현기증에 시달린다. 정말 미열이 나고 있다는 증거로. 내가 신문사에 다닐 때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 더보기